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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터슨.2016

영화

by ji2n2z 2023. 9. 4.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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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잔잔한 물결을 일으키는 영화는 이상하게도 마음의 준비가 꽤 필요하다. 과격하거나 철학적으로 깊이 있는 영화보다 어쩌면 그 준비의 기간이 길기도 하다. 나의 마음상태를 영화만큼의 차분함으로 만들기가 내 일상에서는 어려운 일이어서 그럴 수도 있겠다. 마약을 먹은 듯 빠르고 정신없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한국의 직장인의 일상적인 모습이니까.

 

이렇게 미뤄두던 일들은 결국 어쩌다가 우연한 기회에 아주 급하게 하게된다. 이 영화, 패터슨도 그랬다.

 

생각대로 패터슨이라는 인물의 일상을 따라가는 영화는 잔잔하다. 특별한 갈등도 없고 사건사고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에서 지루함이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일상속에서도 조금씩 일어나는 작은 긴장감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 속에서는 긍정적이고 동화같은 일상만 그리는 것이 아니다. 계속해서 반복되는 일상, 똑같은 것만 그리는 아내의 그림, 상대에게 구속이 될 수 밖에 없는 연인과 부부의 삶 등 이 모든 것들은 조금씩의 불편함을 주고 관객이 느끼는 불편함이 패터슨에게서도 느껴지기도 한다. 결국 언젠가 패터슨이 터지지 않을까하는 기대반 불안감반의 마음이 우리를 긴장하게 만든다.

 

패터슨이 시를 쓰는 사람이지만 그의 인생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는다. 물론 일어날 수도 있다. 그리고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영화는 그런 결말을 보여주지 않을 뿐더러 예측할만한 어떠한 장면도 보여주지 않는다. 그저 흘러가는 일상을 보여줄 뿐이다.

 

인생은 어차피 그런 것임을 보여주는 영화였던 것 같다. 무언가 굉장히 특별한 일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인생은 이렇게 시를 쓰는 패터슨처럼 일상루틴 속에서 가장 나다운 무언가 하나만으로도 힘과 안식을 얻어 다시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것이 인생이라고. 현재의 삶에서 동기를 찾지 못하고 있는 나에게 위로가 되어주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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