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건 없어. 자기 희생, 믿음. 네가 여태 한 모든 일은 너 자신을 위해서였어. 하느님의 은총을 다시 얻으려고.
- 가브리엘 -
왜 하필 나야? 교회에 잘 안가고 기도도 잘 안하고 헌금도 5달러 적게해서? 도대체 왜?
- 존 콘스탄틴 -
물은 만물의 도관이에요. 한 차원에서 다른 차원으로의 이동을 원활하게 해주죠.
- 존 콘스탄틴 -
너희는 이렇게 귀한 은총을 받았잖아. 안그래? 너희 각자가 창조자로부터 구원을 허락받았지. 살인자, 강간범, 치한 너희 모두 그저 회개만 하면 하느님께서 너희를 품어주셔. 온 우주, 온 세계에서 그렇게 대단한 자랑거리를 가진 창조물은 하나도 없어. 인간만 빼고. 그건 불공평해.
- 가브리엘 -
예전에 우연히 본 데블스 애드버킷이라는 영화에 빠진 적이 있었다. 살짝 판타지스러운 설정에도 불구하고 선과 악에 대해 깊은 생각에 빠지게 하는 굉장히 철학적인 영화라고 감탄했었다. 그 이후에도 일상 속에서 천사와 악마, 선과 악, 신과 같은 주제에 대한 물음이 떠오를때면 자연스럽게 이 영화를 떠올리곤 했다. 나는 이 영화 콘스탄틴도 그런 영화일것이라고 막연하게 기대했다. 처음 알게된 계기가 사색적인 감성의 유튜브 채널 offweb의 한 플레이리스트라는 점도 이 영화에 대한 나의 기대감에 한 몫 했다. 키아누 리브스가 나오는 그 짧은 컷이 아주 강렬했다. 과연 그는 어떤 딜레마에 빠졌었으며 결국 유혹을 이겨냈는지 아니면 빠져들어 모든 것이 파괴되었는지 그 모든 디테일이 궁금했다.
그런데 사실 이 영화는 철학적인 물음과는 아주 가깝진 않았다.
그보다는 마블과 같은 히어로물에 좀 더 가까웠다. 퇴마의 소재를 넣었으니 엑소시즘 히어로물이라고 볼 수 있다. 또 그냥 엑소시즘도 아니다. 반드시 히어로물이 들어간다. 다른 엑소시즘 영화인 사자, 검은 사제들은 퇴마라는 의식을 어느정도 보여주기 위해 악마가 오면 큰 바람이 분다거나 물건이 흔들린다거나 하는 아주 작은 비현실적인 요소가 들어간다. 그에 비해 이 영화는 아주 대놓고 저세상 사람들의 싸움이다. 주인공은 거의 봉화 수준의 엄청난 불이 나오는 파이어건을 사용하고, 큰 바람을 일으켜 멀리 내던지는 등의 파워를 쓴다. 그리고 당연히 퇴마를 위한 주술(?)을 외우기도 하는데 초반에는 여느 퇴마영화처럼 완전히 알아듣지는 못할 정도의 중얼중얼을 하는 비슷한 모습을 보였는데, 후반에는 눈뜨고 못볼 것 같은 조금 많이 유치한 것도 있었다. 명하노니 빛으로 나오라는 진짜... 포즈도 거진 파워레인저
여주인공 안젤라 캐릭터가 조금 민폐 느낌이다. 민폐캐릭터는 언제든 사양이지만 특히나 히어로물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적을 무찌르는 쾌감을 맛보기 위해 히어로물을 보는데 여주인공이 도움은 되지 못할망정 어이없는 실수나 치기 때문에 주인공을 위험에 빠트리면 그것만큼 힘이 빠지는 일이 또 없다. 안그래도 적들이랑 싸우느라 힘들어 죽겠는 남주를 일부러 약올리는 것마냥 진짜 바보천치가 아닌 이상 저런다고? 하는 실수를 저지른다. 그래놓고 갸우뚱할정도로 당당한 것도 공통점..
안젤라는 일단 직업 자체도 형사이고 첫인상은 나름 자신을 지킬 줄 아는 멋진 여성인듯 보이지만 점점 진상이 되어간다. 자살한 동생이 천국에 가게 해달라고 떼쓰는건 뭐 동생을 아끼는 언니의 절실함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자벨에 대한 작은 단서라도 찾으려고 콘스탄틴이 이자벨의 방에서 둘만 아는 암호 같은 것을 찾을 수 있겠냐고 묻는 상황에서 뜬금없이 '나는 몰라'를 시전하면서 마치 누가 나쁜짓을 시키기라도 한 것처럼 경기를 일으키는 행동은 정말 뭐지 싶었다. 그러더니 하는 말이 또 가관이다. 사실 나도 영적인 능력이 있는데 동생을 외면했다는 말. 그러니까 어찌보면 모르쇠로 외면하던 동생이 죽었다는 말을 듣자 죄책감과 두려움에 휩싸여서 이 상황을 만든 것이다. 그리고 가장 하이라이트는 절대 빼지 말라고 주는 부적을 신경써서 챙기지 않은 것. 남자들이 하는 허세라고 생각하며 가볍게 무시하는 태도가 한숨 나오게 했다. 너무 진부한 설정..
사실 안젤라 역을 맡은 여배우는 얼굴이며 분위기가 이 이런 엑소시즘, 미스테리 소재에 너무 잘 어울려서 좋았다. 이렇게 매력적인 배우를 좀 더 입체적으로 그려줬다면 훨씬 재밌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사실 이 영화는 인물에 대한 설명이 그다지 많이 있는 편이 아니다. 어쩌면 그것이 단순히 히어로물처럼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한 것 같다. 존 콘스탄틴도 마찬가지다. 그에 대한 설명이 깊이 나오진 않는다. 그래서 주인공인데도 불구하고 마음이 가지 않았다. 인간도 신도 아닌 경계선에 있는 사람으로서 퇴마를 하고 있으니 아주 처절하게 고독한 삶을 보내고 있는 것인데도 그런 것이 딱히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신에 대한 원망이 가득차서 거의 신들린듯이 퇴마를 하고 있는 아주 악랄한 인간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약간 중2병 퇴마사 느낌?
특히 자신의 사람들이 죽었을 때 그들의 죽음에 대한 감정이 보여지지 않아서 아쉬웠다. 자신의 처지와 신, 악마 등 이 모든 것들에 신물이 나고 더 악에 받친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그런 모습보다는 단서를 찾으려는 무감정한 행인1과 같이 보였다. 어떤 끓어오르는 계기가 없이 단지 악마로 인해 위험에 처한 세상을 구하는 일에만 몰두한다. 작가가 그렇게 써놔서 그렇게 연기하고 있는 캐릭터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 같다.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캐릭터다. 우선 여자인지 남자인지 성별 구분이 안가는 느낌부터 좋았다. 이 배우가 여배우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헷갈릴 정도로 분장과 스타일, 눈빛, 말투 모든게 완벽했다. 성별이 모호함과 동시에 선인지 악인지 불분명한 것이 매력의 킥. 여유롭게 웃고 있는데 이게 나를 시험하기 위한 웃음인지, 진짜 악랄한 웃음인지 판단이 잘 안선다. 그리고 인물의 목적이 모두 밝혀진 이후에도 여전히 그에 대해서는 안개처럼 모든 것이 뿌옇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은 캐릭터였다.
+가브리엘 이외의 다른 조연들도 좋았다. 콘스탄틴 주변사람들이 모두 각자 개성이 강하고 매력적이었다. 어느 하나 캐릭터가 겹치지도 않고 그들이 원하는 바도 뚜렷하게 보여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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