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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질하고 나른한 캐릭터에 반하는. 미키17(Mickey 17).2025

영화

by ji2n2z 2025. 3. 2.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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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얼굴이라는 것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완벽히 다른 인물이었다.

 

미키가 17번 복제된다는 것 이외의 다른 내용을 아예 보지 않고 영화를 봤다. 영화를 보고 나와서 든 생각은 너무 슬프고 참혹한데 희망적인 영화라는 느낌이었다. 어떤 유튜버는 봉준호 감독 영화 치고 좀 심심한 편이었다고 했지만 나는 그런 생각보다는 그냥 그 영화 자체가 주는 흐름에 몸을 맡기고 천천히 흘러가듯 감상했던 것 같다. 그래서 감정도 좀 복잡하게 다양한 것을 느껴서 오히려 좋았다. (3년 전의 나였다면 그 유튜버처럼 좀 심심하다고 했겠지만 왜인지 34 이후로는 이런 평양냉면 같은 것을 꽤 즐기는 편이다)

 

봉준호 감독님도 말했지만 성장영화에 가까웠다. 물론 정치, 미래기술, 사회, 문화, 윤리 등 다양한 사회통념들의 충돌도 나오지만 이런 요소들은 정말 그냥 영화의 세계관을 만들기 위해 설치한 장치에 불과하고 실제로 하고자 하는 말은 미키라는 한 청년이 성장하는 스토리였다. 영화 내내 깔리는 보이스오버가 더욱 그런 느낌을 받게 한 것 같기도 하다.

 

 

 

죽음이란, 그리고 타인에 대한 인간의 잔혹함이란

 

트럼프를 연상케 한다고 했지만 나는 윤석열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 한국이 놓인 상황과도 비슷해보여서 놀랐다. 22년에 촬영했는데..

 

다양한 영화를 보면서 지금 이 순간,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수 없이 했다. 이 영화에서의 죽음 또한 그것을 생각하게 한다. 다시 태어나는 것이 중요한게 아니라 그냥 지금 당장 내가 하는 행동이 중요하다. 죽는 기분이 어떠냐는 질문이 잔인하게 들리는 이유는 사람의 고통마저도 하나의 경험으로 치부해버리는 것처럼 느껴져서인 것 같다. 사람들은 자신이 직접 겪는 것이 아니면 실제 그것이 가진 의미를 떠나서 모두 그다지 심각하지 않게 본다. 누군가가 소리지르거나 강한 표현을 하지 않으면 견딜만 하니 견디고 있겠지 하고 제멋대로 그것을 가벼운 일로 해석한다. 타인에 대해서는 참으로 빠르게 판단하고 정의한다.

 

집안의 극도의 슬픔 일이 일어나고 해외로 나가게 되는 친구에게 '해외로 나가니 좋겠다' 라고 말하는 아이를 보면서 느낀 감정이 비슷했다. 그냥 애써 웃으면서 가려고 하는 그 얼굴을 보고서 정말로 이 아이가 마치 여행이라도 가는걸로 판단했다는 사실이 참 잔혹했다. 사람은 이렇게도 타인을 생각하는데 인색하다.

 

외계생명체 크리처

계속 죽으면서도 저렇게 밝고 긍정적일 수 있을까.

 

바람의 계곡 나우시카, 원령공주와 같은 애니메이션을 봤을 때 느껴지는 기분이었다. 자신의 종족들과 그 터전을 지키며 꿋꿋하게 살아가고

있는 생명체들. 서로에게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신의를 보이고 자신을 지킬 정도만의 공격성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그냥 그 주어진 삶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그런. 나도 저런 자신의 삶을 꿋꿋하게 살아가고 있는 원주민 친구 하나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 이렇게 영화 한 편에 그들에게 푹 빠져서 벌써 친구가 되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그 징그러워보이는 모습이 마지막에는 귀여워보이기까지 했다.

 

조금은 독특한 미키17의 성격이 영화의 장르였다.

사람이 저렇게 나른해보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저런 독특한 캐릭터를 연기했다는 것이 놀랍다.

 

미키의 성격이 어떠냐고 물어본다면 조금은 나른한 성격? 이라고 말할 것 같다. 그래서 바보같기도 하고, 엉뚱하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마음이 편해지기도 하고 그런 사람. 잔잔하게 물결치고 있는 하늘빛의 물 같은 기분도 있다. 그냥 그 속에 몸을 담그고 있을 때 몸이 살짝 간질하면서 편안하고 벅찬 기분인 것처럼 미키같은 사람과 함께하면 그런 종류의 위로를 받을 것 같은 느낌이다.

 

마냥 그런 나른함만 있었다면 또 심심했겠지만 미키의 이 행동은 어떠한 철학적인 인상도 준다. 어쩌면 그에게는 한낱 자신의 순간적인 아픔이나 고통은 그냥 내가 참아야 하는 것들이고 그보다 정직, 신념, 약속 등이 더욱 중요한 것이다. 그래서 그는 영화 내내 미안하단 말을 달고 살고 심지어 자신에게 선물을 주는 것처럼 하면서 잔인한 생체실험을 했던 마샬과 연구원 일당들에게도 저녁을 대접해줘서 감사하다고 한다. 그에게 그런 실랑이보다는 내 곁에 있는 사람들과의 소중한 시간과 자신과의 신의를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그이기에 크리처들과의 진실한 교감도 가능했을 것이다.

 

완벽한 미키17이 된 로버트 패틴슨의 연기

사실 나는 그의 유명한 영화들을 보지 않아서 그의 연기를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감탄했다. 실제 그의 성격이 어떻든 연기가 너무 좋았고 그의 말대로 참 복잡한 캐릭터인 미키17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찌질함과 정의로움의 사이 그 어딘가에 있는 성격이 그대로 나왔다. 물론 그의 목소리부터.

 

미키17이 어딘가에서 살고 있을 것 같다.

이제부터 내 이상형이 찌질한데 어쩌다 정의로운 사람으로 바뀔 것 같다.

 

스티븐연은 참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 연기를 잘하는 것 같고, 미키가 나올 때 프린터 나오는 것처럼 드르륵 나오는게 너무 좋았다.

 

마치 어딘가에 미키 17이 살고 있는 것처럼 그에게 측은함과 동정을 느낀다. 영화를 보고 나와서 느끼는 여운은 그것이다. 실제로 그를 만나서 밥한끼를 먹고 그가 행복한 순간을 묻고 함께 영화를 보고 길을 거닐고 싶었다. 그냥 행복하라고 토닥이고 싶었다. 앞으로도 그냥 삶을 살아가는 순간순간 잊고 지낸 옛 친구처럼 미키17이 행복하게 살고있기를 바랄 것 같다.

 


 

그래도 영화가 희망적으로 끝난 것이 너무 좋았다. 결국은 정말로 서로 보듬으며 살아가고자 하는 인간과 생명체가 남았다는 것이 좋았다. 그리고 나도 미키처럼 저렇게 조금은 나른하게 살 수 있을지도 생각해봤다. (물론 지금도 누군가가 보기에는 충분히 그렇게 살고 있겠지만) 아니면 나보다 조금은 덜 예민한 그런 사람이 가까이에 있으면 나도 좀 안심이 되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냥 나른한 그런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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