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길을 걸을 때 보도 위로 한 줄기 햇살이 떨어지면 그냥 울고 싶을 때가 있어요. 그런데 그 순간은 금방 지나가고 어른이니까 순간적인 감상에 빠져서 울면 안된다고 마음 먹어요. 내 생각에 토니도 가끔 그래던 것 같아요.
- 다니엘의 집에 처음으로 갔을 때, 그녀가 불안해보인다고 말하는 다니엘에게 마고가 -
당신 좀 이상해요. 뭐가 문제죠? 불안해 보여요. 꼭 지금만 그런게 아니라 계속 그랬어요.
- 마고가 처음으로 집에 왔을 때, 계속 서성거리는 그녀에게 다니엘이 -
인생엔 당연히 빈틈이 있게 마련이야. 그걸 미친놈처럼 일일이 다 메울 순 없어.
-제럴딘이 알콜릭으로 경찰에 잡혀가기 전 마고에게만-
매일 게임을 하면 고단할 수밖에
마고와 루는 이상한 게임을 반복한다. 아주아주 잔인한 말을 사랑의 언어로 말하는 놀이인데 더 잔인한 말을 할수록 더 사랑하는 것이다. 이것 말고도 이 부부의 일상은 항상 '놀이'이다. 일상의 대부분이 장난이다. 한번은 다투기도 했다. 그냥 이 부부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성격이라고 생각했었지만 루와 마고가 이별하기 직전 루가 마고에게 하는 말을 통해 이것이 그의 노력이라는 것을 알았다. 마고가 샤워할 때 한바가지씩 나왔던 차가운 물은 자신이 뿌린 것이며 10년 쯤 뒤에 그 사실을 말해주어 너를 즐겁게 해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루는 아마도 마고가 굉장히 외로움을 많이 타고 감성적이고 우울감을 느끼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있었고 그래서 평범하고 정적인 성격인 자신으로 인해 그녀가 공허함을 느낄까봐 그녀에게 계속 맞춰주고 있었던 것 같다. 그는 마고를 정말 많이 사랑했었던 것이다. 마고가 루에게 "장난을 치든가 키스를 하든가 하나만 해"라고 말할 때, 루는 순간적으로 갑자기 화가난 것처럼 차가워지더니 "그래 네가 필요할 때 날 불러"라고 퉁명스럽게 말한다. 처음에 이 상황을 봤을 땐 "저돌적으로 키스를 해주면 되지 왜 저기서 갑자기 화를 내지? 라고 생각했는데 뒷부분을 보고나니 이 때 루가 의기소침해졌다는 것을 알았다. 마고를 맞춰주려고 항상 노력하고 있는데 한번씩 마고가 원하는 바를 제대로 못해줬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속이 상하기도 하고 당황하기도 하고 소심해지기도 하는 것이었다.
부부가 장난치는 모습을 보다가 때때로는 피곤하다고 느꼈다. 특히 루가 일을 하는데 계속 장난치는 마고의 모습은 힘들었다. 한두번의 장난은 재밌지만 가끔은 말 없이 자신의 일에 열중할 때도 있고, 싸울 때도 있고, 진지하게 대화를 할 때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마고는 항상 즐겁고 톡톡 튀는 일상을 보내야 불안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본인이 그런 스스로를 버텨내는 것만큼 그 옆에 있는 사람도 버티고 있는 것이다.
황홀한 순간은 말 그대로 한순간이다.
사실 이 영화는 우울감이 있는 사람의 외로움을 너무도 잘 표현했다. 매일 아침 남편을 사랑하고 그의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도 보내지만 그 시간 밖에서 마고는 외롭다. 그녀의 외로움이 극단적으로 표현되는 것은 아니지만 아주 사랑스럽고 귀여운 그녀의 얼굴에 한번씩 오는 그늘은 너무도 슬퍼서 그녀의 마음이 얼마나 공허한지 느껴진다. 하지만 사람은 누구가 완벽하지 않다. 모두가 오늘 하루를 너무도 완벽하게 즐겁게 보내는 것이 아니다. 단지 그 한켠의 허줄함은 나와 평생 같이 할 것이란 걸 받아들이고 일상을 살아나가는 것이다. 그 허줄함마저도 채워 줄 인생의 비책은 어느 누구에게도 없다.
센터아일랜드의 스크램블러처럼 처음 사랑이 시작되면 신나는 음악에 맞춰 빠르게 돌아가는 스릴넘치고 멋진 날들이 펼쳐진다. 하지만 그 시간은 대단한 어떤 일도 하지 못했다고 느낄 정도로 눈 깜빡할 사이에 지나가 버린다. 그리고 그 후에 남는 것은 적나라하게 켜진 형광등 뿐이다. 마고도 노력했다. 루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고 그래서 처음부터 다니엘에 대한 자신의 끌림을 계속해서 외면했다. 하지만 결국 그녀는 또 다른 스크램블러를 선택해버렸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 마고는 다시 그 누구도 없이 홀로 스크램블러를 탄다.
황홀함은 일생 중 한 순간들 뿐이며 많은 시간은 일상적으로 지나간다는 것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면 항상 불안하고 겉돌 수 밖에 없다. 다니엘이 마고의 불안한 행동들을 처음부터 알아봤던 것처럼. 그런 그녀의 모습이 처음에는 끌리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면 피곤함이 되고 삶이 지속되기는 어렵다. 아마도 루와 마고의 관계는 마고가 정리했지만 다니엘과 마고의 관계는 다니엘이 정리했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마고보다도 더 적극적이고 자유로운 영혼인 다니엘은 마고에게 지루해진 자신의 마음에 적극적으로 따랐을 테니까.
마고와 다니엘 관계의 과정은 사랑 그 자체 같았다. 둘이 너무도 사랑할 때에는 그 공간에 아무것도 없어도 너무도 행복하다. 그러다 침대가 생긴다. 둘은 격정적인 관계보다는 서로를 아끼는 제스처 정도로 따뜻함을 표현하는 사이가 된다. 그러다 좀 더 도발적인 관계를 통해 권태를 극복하려 노력한다. 그리고 좀 더 시간이 지난 후에는 한 공간에 있어도 더이상 서로를 보지 않는다. 그리고 그 공간에는 너무도 많은 것들이 갖춰져 있다. 오직 둘만 있는 것으로 그 큰 공간을 채우지 못하게 되었다. 그 누구와 있더라고 황홀함은 한 순간이다.
* 왜 영화 제목을 저렇게 의역했는지 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우리도 사랑일까라니. 차라리 지금은 그냥 왈츠를 추어요. 가 낫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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