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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전설.1994

영화

by ji2n2z 2022. 6. 10.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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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는 크고 분명하게 자신의 내부의 소릴 듣고 들리는 그대로 살아간다. 그런 사람은 미치거나 전설이 된다.
- 원 스탭 -
나는 원칙을 따르며 살아왔지. 인간과 신의.. 그리고 넌 그 어떤 것도 따르지 않았지. 그런데 모두 너를 사랑했어. 새뮤얼, 아버지, 그리고 내 아내까지도.
- 수잔나의 무덤에서 알프레도가 트리스탄에게 -
내가 죽인 게 아니라 두피를 벗길 순 없었죠.
- 죽은 나쁜놈들을 보면서 원 스탭 -
그가 사랑했던 거의 모든 이들이 일찍 죽었어요. 마치 바위처럼 그에게 부딪히면 깨져 버렸죠. 그가 아무리 보호하려고 해도요. 그러나 그 자신은 존경받는 긴 삶을 살았죠.
- 원 스탭 -

 

 

흐르는 강물처럼과 같이 평화로움과 운명적인 비극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영화였다.

 

어떠한 시나리오가 짜여져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한 사람의 일생을 그려내는 느낌. 그래서 영화 속에서 누군가가 죽었을 때도 현실의 죽음처럼 너무도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해 놀라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금방 눈물이 마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인생이 흘러가는 영화 속 흐름에 나도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흐르는 강물처럼 영화 리뷰를 찾아보다가 알게된건데 원래 나레이션이 처음부터 끝까지 쭉 나오는 연출법은 약간 지루하게 느낄 수 있게 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걸 지루하지 않게 그려냈다는 것이 놀랍다고 했는데 이 영화도 그렇다. 전혀 지루하지 않고 완전히 집중해서 영화를 보았다.

 

모든 캐릭터에 공감하고 몰입된다. 어떠한 순간이 왔을 때 그들의 생각과 표정, 행동이 모두 이해되었다.

모든 인물은 나름의 이유와 사정이 있고 그들은 모두 다른 방식이지만 서로를 아끼고 사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이라는 것은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어쩌면 그래서 사람은 더 애틋하고 서로를 아끼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들은 서로를 너무 사랑해서 기대하고 질투하고 실망하고 슬퍼했다. 그리고 그렇게 몰입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모두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열정적이었기 때문인 것 같다. 요즘의 영화나 드라마도 정말 재밌지만 말그대로 스토리의 느낌이 강하다. 규칙이 난무하지만 결국은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만나는 일은 적고 모두 개인적인 삶을 살고 있는 현대사회보다는 사람과 사람이 부딪히는 일이 더 많았던 옛날일수록 별다른 극적인 요소 없이도 그 자체만으로 재미를 주는 것 같다. 이 영화는 영화지만 한 가족의 일생을 아주 빠르게 파노라마로 가만히 앉아 지켜본 기분이다. 마치 너무 생생한 꿈을 꿨는데 기억은 나지 않고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가버린 듯한 그런 몰입감과 몽롱함이다.

 

트리스탄을 처음 본 순간부터 그를 사랑했지만 단 한번도 마음껏 그를 사랑한 적이 없었다. 약혼자의 형이라서, 약혼자가 전쟁에서 죽어서, 그가 다른 여인의 남편이 되어서 사랑하지 못한다. 그 순간마다 그녀는 치열하게 고민했고 올바른 선택을 하고자 했지만 매번 어긋나버렸다. 그녀는 누구보다 열정적인 내면을 가진 사람이었는데 마음껏 열정적이지 못했다. 그래서 결국은 자신을 감당하지 못했던 것 같았다. 그녀의 삶이 정말 외로웠을 것 같았다.

 

아들을 낳으면 새뮤얼이라고 이름 짓자고 하는 수잔나의 말에 엄마가 안타깝게 돌아가신 이모 기일에 태어난 나를 이모라고 생각했다는 말을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었다. 어렴풋이 느꼈던 가까운 사람의 죽음이 영화의 스토리와 만나서 좀 더 깊게 이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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