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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잘모르는 영화. 남자들의 세계에서의 희생자. 비밀(unforgiven).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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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2n2z 2024. 10. 20.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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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있는 후기입니다.

 

한창 사회적으로 스캔들이 있었던 배우가 복귀하는 작품이어서 당시에는 일부러 보지 않았다. 영화에 집중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했고, 나는 그렇게 이슈가 되는 작품은 이상하게도 일부러 피하니까.

 

미스테리 스릴러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영화는 생각보다 사회고발에 가까웠다. 살아남는 자가 이기는 것이라는 사회의 생존구조는 살아남기 위해 인간이 되길 포기하는 사람을 너무 많이 만들어낸다. 물불을 가리지 않는 생존욕구와 자격지심을 먹고 자라난 인간은 무지막지하다. 그런 이들에 의해 희생되는 섬세한 사람들이 아깝다. 영화에서는 나약하다고 표현했지만 힘의 강도 말고도 사람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무수히 많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겪어보지 않아서 알 수 없는 남자가 겪는 사회. 여자들이 겪는 사회는 너무 섬세하고 예민해서 어렵다고들 하지만 내가 볼 땐 남자들이 겪는 어린 시절도 만만치 않게 섬세하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여자는 대놓고 섬세해서 그 세세한 이야기들이 밖으로 터져나오고 이를 서로 예리한 칼날처럼 겨누면서 싸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완전히 적이 되거나 완전히 친구가 되는 경우가 생긴다. 반면 남자들의 세계는 오히려 대놓고 말하지 않는다. 아니, 그럴 수 없게 되는 경우가 더 많다. 왜냐하면 부류가 너무 달라서. 생각이 빠르고 단순한 부류와 신중하고 섬세한 부류가 공존한다. 그리고 빠르고 단순한 부류가 마치 당연히 주류인 것처럼 되어버린다. 그리고 주류가 아닌 이들은 모두 기형이 된다. 이상한 사람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무자비한 폭력에 노출된다.

 


나보고 형사 해보라고 하더라. 사람 보는 눈이 없었던 거지

 

이동근 형사(김정현)는 이 남자들의 세계에서 유리하다. 타고나길 주류이면서 정직하고 사회적인 아이. 괴롭힘을 당할 위치도 아니고 그럴만한 소재가 있지도 않다. 이런 사람들은 본의 아니게 누군가에게 더 많은 상처를 줄 수 있게 되고 자신도 모르게 피해자 중 한 명이 될 수 있다. 그냥 모르고 지나갈 가능성이 더 높겠지만 이렇게 우연하게 자신이 누군가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주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되면 얼마나 괴로울까.

 

사람의 세계란 그래서 참 어렵다. 누군가에게 마냥 잘해주는 것도 잘해주는 것이 아니다. 현명하게 잘해줘야한다. 결과를 생각해야하고, 상대방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해야 한다. 처음에 생각한 의도가 좋았다고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좋지 않았다면 그것은 잘못된 것이다. 현명해야 한다.

 


눈 딱 감고 한번이면 이제 해방이라니까?

김성현은 섬세한 아이가 결국엔 그 사회에서 이상하게 변질되어 버린 케이스인 것 같다. 오히려 더 악한 사람이 되어버리는 왕따. 내가 당한만큼 다른 사람에게 더 악하게 대하는 아이. 그리고 혹시 모르지만 그는 진짜 게이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도 했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인정하고 싶지 않고 이것을 부정하려다 보니 오히려 호모포비아가 되어버리는 그런 사람. 원래 사람은 자신이 억지로 숨기려고 하는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발현하고 살아가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을 증오하게 되어버릴 수 있다고 한다. 이 사람도 그런 케이스이지 않았을까. 아내도 굉장히 좋은 사람 같았는데 홀대하는 것을 보면 더욱 그런 것 같았고.

 

그리고 자신때문에 영훈이는 물론이고 엄한 다른 친구도 죽게 되었는데 그런 상황속에서 뉘우치기 보다는 선택한 방향을 더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자신의 방식이 틀리지 않았음을 고수하는 사람인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자신과는 달리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그냥 자신이 당하는 것에서 일을 마무리하고 끝내는 방법을 택한 영훈이가 그의 눈에는 계속해서 거슬렸을 것이다. 왠만하면 자신처럼 그냥 포기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화살을 돌리는 방법을 택할텐데 그걸 맨몸으로 그대로 맞고 있는 영훈이는 자신의 추악한 짓을 더 부각시키는 사람이었을테니.

 


 

당한 사람한테 왜 당했냐고 묻기보다는 괴롭힌 사람에게 왜 괴롭혔냐고 묻는게 더 맞지 않나요?

그런데 마지막까지 의문인 것은 영훈이가 게이가 아니었다고 했는데 그럼 좀 다르다는 건 무엇을 의미했을까. 처음엔 트랜드젠더를 떠올렸는데 어쩌면 그게 아니라 정말 그는 단지 느리고, 따뜻하고, 여리고, 섬세하고, 감성적인 아이였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 점이 약간 다른 것이었던 것 뿐인데 그냥 그 아이 자체의 성향일 뿐인 것인데 지나치게 성별에 대해 사회가 기대하는 모습이 정해져있고 주류에 속하지 않으면 잘못된 것이라는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생겨난 일인 것이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사회는 기본적으로 폭력적이다. 어차피 강한 자의 유전자만이 살아남고 그게 생물의 발전과정이라고 하지만 가끔 이 인간의 세계는 정말 무식하고 상스럽다.